봉준호 감독의 신작 ‘미키17’은 전작 ‘기생충’과 완전히 다른 장르적 색깔을 가진 작품이다. 사회적 메시지를 기반으로 한 현실적인 이야기에서 SF 장르로의 확장, 한국 영화에서 헐리우드 영화로의 변화까지, 두 작품은 여러 측면에서 차이를 보인다. 하지만 봉준호 감독 특유의 스타일은 여전히 녹아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미키17’과 ‘기생충’을 비교하며, 봉준호 감독이 어떤 변화를 시도했는지 분석해보자.
1. 장르의 차이: 현실 드라마 vs. SF 스릴러
봉준호 감독의 영화는 장르적 실험이 돋보인다. 하지만 ‘기생충’과 ‘미키17’은 장르적으로 완전히 다른 노선을 걷는다.
① ‘기생충’ – 사회 드라마와 블랙 코미디
‘기생충’은 현실적인 사회문제를 블랙 코미디와 스릴러 요소로 풀어낸 영화다. 한국 사회의 빈부격차 문제를 중심으로, 상류층과 하류층의 대립을 날카롭게 묘사했다. 영화는 실제로 일어날 법한 설정을 바탕으로 진행되며, 관객들에게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방식으로 전개된다.
② ‘미키17’ – SF와 철학적 탐구
반면 ‘미키17’은 SF 장르로, 현실보다는 미래적인 요소와 철학적 질문이 중심이 된다. 영화는 에드워드 애슈턴의 소설 『Mickey7』을 원작으로 하며, 복제 인간이라는 독특한 설정을 다룬다. 이는 기존 봉준호 영화에서 볼 수 없었던 새로운 도전이다.
2. 공간과 배경: 한국적 현실 vs. 미래적 세계관
두 영화의 가장 큰 차이 중 하나는 영화가 펼쳐지는 공간과 배경이다.
① ‘기생충’ – 서울이라는 현실적 공간
‘기생충’은 한국 사회의 현실을 반영한 공간에서 진행된다. 반지하와 저택이라는 극단적인 공간 대비를 통해 빈부격차를 직관적으로 보여주며, 주인공들의 생존 방식 또한 현실적이다. 이러한 공간적 배경은 관객들이 영화 속 인물들에게 감정 이입을 하게 만든다.
② ‘미키17’ – 우주에서 펼쳐지는 이야기
‘미키17’은 먼 미래, 다른 행성에서 이야기가 전개된다. 이는 봉준호 감독이 지금까지 주로 다루었던 현실적 공간에서 벗어나, 완전히 새로운 세계를 창조해야 한다는 점에서 도전적인 변화다. 특히, 우주라는 배경은 ‘기생충’에서 다뤘던 사회적 문제보다 더 거대한 철학적 질문을 던질 가능성이 높다.
3. 등장인물과 캐릭터 구축 방식
봉준호 감독의 영화는 개성 강한 캐릭터들로 유명하다. 하지만 ‘미키17’과 ‘기생충’의 캐릭터 설정 방식에는 차이가 있다.
① ‘기생충’ – 현실적인 인간 군상
‘기생충’의 등장인물들은 극도로 현실적이다. 기택(송강호) 가족은 생계를 위해 어떤 일이든 해야 하는 빈곤층이며, 박 사장(이선균) 가족은 무의식적으로 계층적 우위를 가진 상류층이다. 영화는 이들 간의 미묘한 갈등과 심리 변화를 섬세하게 그려낸다.
② ‘미키17’ – 복제 인간과 SF적 캐릭터
반면, ‘미키17’의 주인공 미키는 복제 인간이라는 설정을 가진다. 원작 소설에서 미키는 죽을 때마다 새로운 몸으로 다시 태어나야 하는 운명을 가진 존재다. 이처럼 ‘미키17’의 캐릭터들은 철학적 질문을 던지는 SF적 성격이 강하다.
4. 사회적 메시지의 차이
봉준호 감독 영화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는 날카로운 사회 비판이다. 하지만 ‘기생충’과 ‘미키17’에서 다루는 사회적 메시지는 결이 다르다.
① ‘기생충’ – 계층 격차와 불평등
‘기생충’은 빈부격차와 계급 문제를 정면으로 다룬다. 한국 사회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인 문제로 공감대를 형성하며,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현실적인 주제를 영화 속에 녹여냈다.
② ‘미키17’ – 존재론적 질문과 생명의 가치
‘미키17’은 SF 장르의 특성을 살려, 존재론적 질문을 던질 가능성이 크다. 원작 소설은 복제 인간의 생명과 정체성에 대한 철학적 고민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이는 기존 봉준호 감독의 사회적 메시지와는 결이 다른, 새로운 주제의식이라 할 수 있다.
5. 제작 방식과 스케일의 차이
‘미키17’은 봉준호 감독이 헐리우드에서 제작하는 두 번째 영화다. 이로 인해 ‘기생충’과 비교했을 때 제작 방식과 스케일에서 큰 차이를 보인다.
① ‘기생충’ – 한국 영화의 미학
‘기생충’은 철저히 한국적인 영화였다. 한국 배우들과 제작진이 참여했고, 한국적인 정서를 바탕으로 스토리가 전개되었다. 이는 한국 사회의 문제를 깊이 있게 다루는 데 적합했다.
② ‘미키17’ – 헐리우드 제작 시스템
반면, ‘미키17’은 워너 브라더스에서 제작하며, 로버트 패틴슨, 마크 러팔로, 토니 콜렛, 스티븐 연 등 헐리우드 배우들이 출연한다. 이는 봉준호 감독이 헐리우드 시스템을 적극 활용하는 새로운 도전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결론: ‘미키17’, 봉준호의 새로운 도전
‘미키17’과 ‘기생충’은 여러 가지 차이점을 가지고 있지만, 봉준호 감독 특유의 스타일은 여전히 녹아 있을 가능성이 크다.
- ‘기생충’은 현실적인 공간과 사회적 문제를 다루었지만, ‘미키17’은 SF적 상상력을 바탕으로 철학적 질문을 던지는 작품이 될 것이다.
- 두 영화 모두 인간의 본성을 탐구한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가지지만, ‘기생충’이 사회적 구조 속 개인을 조명했다면, ‘미키17’은 복제 인간이라는 설정을 통해 보다 근본적인 인간 존재에 대한 질문을 던질 것이다.
- ‘미키17’이 기존 봉준호 감독의 영화들과 어떻게 다를지, 그리고 그의 새로운 스타일을 어떻게 보여줄지 기대해볼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