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언터처블: 1%의 우정(Intouchables, 2011)》은 ‘우정’이라는 흔한 소재를 다루면서도 전혀 예상치 못한 방식으로 관객의 마음을 뒤흔든다. 부유하지만 전신마비 상태로 세상과 단절된 채 살아가는 귀족 필립(프랑수아 클루제 분)과 빈곤하고 자유분방하며 사고뭉치인 청년 드리스(오마르 시 분)의 관계는 그야말로 상식의 범주를 뛰어넘는 독특한 케미스트리를 보여준다. 이 영화가 흔히 예상 가능한 감동 드라마의 틀을 과감히 뛰어넘을 수 있었던 것은 두 사람의 우정이 단순한 ‘극복’이나 ‘성장’의 메시지가 아닌 차이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즐기는 유쾌한 방식으로 그려졌기 때문이다.
1. 편견을 유쾌하게 부수는 우정의 힘
영화는 첫 장면부터 도발적이다. 흑인 청년 드리스(오마 사이)가 휠체어에 앉은 부자 필립(프랑수아 클루제)을 태운 채 과속운전을 벌이는 장면에서 영화는 장애와 인종, 계급이라는 민감한 소재를 과감히 ‘웃음’의 영역으로 끌어당긴다. 관객이 경악하면서도 웃음을 참지 못하는 사이 영화는 “당신은 편견 없이 이들의 우정을 볼 준비가 되었는가?”라고 넌지시 묻는다.
2. 우정이란 차이를 지우는 것이 아니라 인정하는 것
보통 영화에서 서로 다른 인물들이 만나면 갈등을 극복하고 점차 닮아가는 이야기를 보여주지만 이 영화는 정반대의 방식을 택한다. 필립과 드리스는 서로를 이해하려 노력하거나 비슷해지려 노력하지 않는다. 오히려 둘은 자신들의 차이와 한계를 인정한 채 각자의 모습을 고수한다. 필립은 여전히 귀족스럽고 점잖지만 드리스로 인해 삶에 다시금 활력을 얻는다. 반면 드리스는 여전히 본능적으로 살아가지만 필립과의 만남을 통해 사회에서 자기 자신을 인정하는 법을 배운다. 영화는 두 사람이 서로의 삶을 억지로 바꾸려 하지 않고 서로의 모습 그대로 존중하는 과정을 통해 우정의 의미를 신선하게 전달한다.
3. 유머와 웃음: 고정관념을 허무는 가장 강력한 무기
영화는 장애나 인종 같은 민감한 소재를 오히려 더 적극적으로 농담의 재료로 활용한다. 드리스는 장애를 가진 필립을 무례할 정도로 놀리지만 필립은 오히려 그런 드리스의 무례함을 반긴다. 이 과정에서 관객들이 가진 '장애나 사회적 약자에 대한 동정'이라는 가식적인 편견은 해체된다. 영화는 이처럼 금기를 깨는 유머를 통해 오히려 진정한 공감과 이해가 무엇인지에 대한 물음을 던진다.
4. 배우들의 케미스트리와 연기의 힘
필립 역의 프랑수아 클루제는 표정만으로도 깊은 감정을 표현하며 전신 마비라는 캐릭터의 제약을 뛰어넘어 진정한 내면의 변화를 전달한다. 드리스를 연기한 오마 사이는 특유의 에너지와 위트, 즉흥적인 애드리브로 관객을 압도하며 영화에 생명력을 불어넣는다. 이들의 연기는 실제 두 사람이 절친한 친구일지도 모른다는 착각을 불러일으킬 만큼 자연스럽고 진정성 넘친다. 두 배우가 창조한 인물들은 이 영화의 가장 큰 매력이자 관객들이 이 영화를 사랑하게 되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다.
5. 익숙한 소재를 다르게 보는 신선한 시각
이 영화가 보여주는 우정은 진부한 교훈을 넘어 ‘낯설지만 아름다운 충돌’이라는 역설적인 감성을 전한다. 필립과 드리스가 함께 나누는 클래식 음악과 팝 음악의 대비, 서로 다른 계층과 문화의 만남, 상류층 저택 안에서 벌어지는 드리스의 자유분방한 행동들은 관객이 기존의 익숙한 개념을 내려놓고 편견 없는 눈으로 인물을 바라보게 한다. 이 영화는 이처럼 전통적인 소재를 가장 창의적인 방식으로 표현해냈다.
6. 따뜻한 메시지: 기대하지 않았던 만남이 삶을 바꾼다
영화가 끝날 무렵 필립은 드리스를 통해 사랑을 다시 만나고 드리스는 삶의 목표를 발견하게 된다. 그러나 이 영화의 가장 큰 미덕은 인생의 변화가 거창한 사건이나 드라마틱한 선택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가장 예상치 못했던 작은 만남, 우연히 지나치는 작은 손길에서 비롯된다는 점을 말해준다는 것이다. 필립과 드리스의 우정은 편견의 벽이 무너졌을 때 비로소 보이는 따뜻한 가능성을 상징한다.
총평: 우리의 마음을 열게 만드는 ‘불가능한 우정’
결국 이 영화가 우리에게 전하는 메시지는 간단하다. 진짜 우정이란 완벽히 이해하거나 공통점을 찾는 것에서 나오는 게 아니라 서로의 다름을 ‘그대로 인정하면서도 공존하는 법’을 배우는 과정에서 싹튼다는 것이다. 《언터처블: 1%의 우정》이 특별한 이유는 바로 거기에 있다. 이 영화는 우리가 보지 않으려 했던 차이와 편견을 정면으로 마주 보게 하고 이를 웃음과 감동 속에서 받아들이도록 이끈다. 이토록 다른 두 남자의 '불가능해 보이는 우정'을 통해 우리는 인생에서 진정으로 소중한 것들이 얼마나 우연히 뜻밖의 형태로 다가오는지를 발견하게 된다. 그런 점에서 이 영화는 단순한 오락을 넘어 관객의 마음을 열게 만드는 진짜 힘을 가진 작품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