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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드맨(Birdman, 2014)』 감상평

by reward100 2025. 5. 21.

Birdman, 2014

현실과 환상의 경계를 허물다

알레한드로 곤잘레스 이냐리투 감독의 영화 『버드맨(Birdman)』은 과거의 영광에 집착하며 현실과 환상 사이를 위태롭게 오가는 한 중년 배우의 이야기를 다룬다. 주인공 리건 톰슨(마이클 키튼)은 과거 슈퍼히어로 '버드맨'으로 명성을 얻었지만 이제는 브로드웨이 연극을 통해 진정한 예술가로 인정받고자 한다. 영화는 그의 내적 갈등과 욕망을 때로는 유머러스하게, 때로는 처절하게 표현하며 관객을 현실과 초현실의 경계로 이끈다.

이 영화는 화려한 촬영 기법으로도 유명한데 영화 전체가 마치 하나의 긴 테이크로 촬영된 듯한 '원테이크' 기법을 사용했다. 이로 인해 관객은 마치 극장 안에서 직접 리건과 함께 긴장감 넘치는 브로드웨이의 뒷이야기를 체험하는 듯한 생생함을 느끼게 된다.

과거의 영광과 현실의 냉혹함

리건은 슈퍼히어로 영화로 큰 인기를 끌었지만 이제는 그 명성이 족쇄가 되어버렸다. 그는 끊임없이 자신에게 말을 거는 '버드맨'이라는 내면의 목소리를 듣는다. 영화에서 버드맨의 목소리는 리건의 과거 영광과 자아를 상징하며 그에게 계속해서 과거의 영웅적 삶으로 돌아갈 것을 유혹한다.

"People, they love blood. They love action. Not this talky, depressing, philosophical bullshit."
(사람들은 피를 좋아해. 액션을 좋아하지. 이런 수다스럽고 우울하고 철학적인 헛소리는 좋아하지 않아.)

 

이 대사는 대중의 취향과 예술 사이에서 고뇌하는 리건의 내적 갈등을 가장 잘 드러낸다.

배우들의 압도적 연기력

『버드맨』의 또 다른 강점은 배우들의 압도적인 연기력이다. 특히 마이클 키튼은 실제로도 『배트맨』이라는 슈퍼히어로 영화를 통해 전성기를 누렸던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리건이라는 복잡한 인물을 완벽하게 표현했다. 키튼은 과거의 영광에서 벗어나고자 몸부림치는 중년의 위기를 섬세하면서도 강렬하게 그려낸다. 그와 함께 연기한 에드워드 노튼과 엠마 스톤 또한 훌륭한 연기로 영화의 몰입도를 높였다.

엠마 스톤은 리건의 딸이자 조수인 샘 역을 맡아 아버지와의 복잡한 관계 속에서 방황하는 젊은 세대를 대변한다. 그녀의 대사 중 다음 장면은 매우 인상적이다.

"You're scared to death, like the rest of us, that you don't matter. And you know what? You're right. You don't."
(당신은 당신이 중요하지 않을까 봐 죽도록 겁먹고 있어요. 다른 사람들처럼 말이에요. 그런데 알고 있나요? 당신 말이 맞아요. 당신은 중요하지 않아요.)

 

이 장면은 현대인의 깊은 공허감과 인정받고자 하는 욕망을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예술과 상업성의 충돌

『버드맨』은 예술성과 상업성의 충돌에 대한 깊이 있는 성찰도 담고 있다. 영화는 진정한 예술이란 무엇이며 그것이 과연 대중과 평단으로부터 모두 인정받을 수 있는지 의문을 제기한다. 리건은 브로드웨이 연극을 통해 비로소 진정한 예술가로 거듭나고자 하지만 상업적 성공과 평단의 인정 사이에서 끊임없이 갈등한다.

영화적 기법과 음악의 완벽한 조화

『버드맨』은 독특한 촬영 기법뿐 아니라 음악의 사용에서도 매우 뛰어나다. 영화 내내 흐르는 재즈 드럼 비트는 리건의 심리 상태를 효과적으로 반영한다. 긴장된 순간과 혼란스러운 심리를 대변하는 드럼 소리는 관객에게 마치 리건의 심장 박동을 그대로 느끼게 한다.

결말의 모호함이 주는 여운

마지막으로, 이 영화의 결말은 의도적으로 모호하다. 리건의 운명은 끝내 명확하게 제시되지 않으며 영화의 끝 장면은 관객에게 많은 해석의 여지를 남긴다. 이러한 열린 결말은 관객들에게 질문을 던진다. 현실과 환상의 경계는 무엇이며 예술가가 추구하는 진정한 인정이란 과연 존재하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