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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인트 빈센트': 괴팍한 성자, 예기치 않은 우정 속의 구원

by reward100 2025. 5. 12.

 

Film, St. Vincent, 2014

서론: 문제투성이 이웃 할아버지, 성자(Saint)의 재발견과 인간적인 연대의 온기

데오도르 멜피 (Theodore Melfi) 감독의 '세인트 빈센트 (St. Vincent, 2014)'는 겉으로는 괴팍하고 냉소적이며 온갖 문제에 휩싸여 사는 것처럼 보이는 이웃집 할아버지 빈센트 매케나 (빌 머레이, Bill Murray 분)와 부모의 이혼으로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야 하는 소심한 소년 올리버 (제이든 리버허, Jaeden Martell 분) 사이에 예기치 않게 싹트는 특별한 우정과 그를 통해 서로가 성장하고 구원받는 과정을 그린 따뜻하고 유쾌한 코미디 드라마이다. 영화는 빈센트라는 인물이 가진 반사회적이고 자기 파괴적인 모습 뒤에 숨겨진 깊은 상처와 인간적인 면모를 점차 드러내면서 우리가 타인을 얼마나 피상적으로 판단하고 오해하기 쉬운지, 그리고 진정한 '성스러움(saintliness)'이란 완벽함이 아니라 평범한 사람들 속에 깃든 작은 선의와 희생, 그리고 연대의 모습에서 발견될 수 있음을 이야기한다. '리틀 미스 선샤인'이 콩가루 가족의 로드 트립을 통해 가족애를 탐구했다면 '세인트 빈센트'는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두 세대의 만남을 통해 편견을 넘어선 이해와 소통, 그리고 인간적인 연결이 가져다주는 치유와 구원의 가능성을 유쾌한 웃음과 뭉클한 감동으로 그려낸다.

빈센트 매케나: 냉소와 상처 뒤에 숨겨진 따뜻한 인간미와 고독한 그림자

영화의 주인공 빈센트 매케나는 전형적인 '까칠한 이웃 할아버지'의 모습으로 등장한다. 그는 술과 도박에 빠져 살고 빚에 쪼들리며 임신한 러시아 출신 스트리퍼 다카(나오미 왓츠, Naomi Watts 분)와 애매한 관계를 유지하는 등 도무지 존경할 만한 구석이라고는 찾아보기 힘든 인물이다. 그는 세상에 대한 냉소와 불만으로 가득 차 있으며 타인에게 무례하고 이기적인 행동을 서슴지 않는다. 새로 이사 온 올리버와 그의 엄마 매기(멜리사 맥카시, Melissa McCarthy 분)에게도 처음에는 퉁명스럽고 비협조적인 태도를 보인다. 하지만 영화는 그의 이러한 부정적인 모습 뒤에 숨겨진 과거의 상처와 현재의 고독, 그리고 누구에게도 쉽게 드러내지 않는 따뜻한 인간미를 조금씩 보여주기 시작한다.

그는 베트남전 참전 용사였으며 지금은 알츠하이머를 앓고 있는 아내 샌디를 요양원에 보내고 매주 그녀를 찾아가 몰래 간호하며 깊은 사랑을 표현하는 순정적인 남편이다. 그의 괴팍한 행동은 어쩌면 세상에 대한 실망과 상실감, 그리고 자신의 약한 모습을 감추기 위한 방어기제일 수 있다. 그는 돈을 벌기 위해 마지못해 올리버의 방과 후 베이비시터가 되지만 그 과정에서 자신도 모르게 올리버에게 마음을 열고 그를 통해 삶의 새로운 의미를 발견하게 된다. 빌 머레이는 이러한 빈센트의 복합적인 캐릭터를 특유의 무심한 듯하면서도 깊이 있는 연기로 완벽하게 소화해내며 관객이 그의 단점에도 불구하고 그를 미워할 수 없게 만들고 점차 그의 인간적인 매력에 빠져들게 한다. 빈센트는 결코 성인이 아니지만 그의 삶 속에는 분명 평범하지 않은 용기와 희생, 그리고 사랑이 존재한다.

올리버와의 만남: 세대를 초월한 우정, 서로에게 필요한 존재가 되어주다

부모의 이혼과 전학으로 인해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야 하는 소년 올리버는 작고 왜소하며 내성적인 성격 탓에 학교에서 괴롭힘을 당하기 일쑤이다. 그런 그에게 괴팍한 이웃 할아버지 빈센트와의 만남은 처음에는 불편하고 두려운 경험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빈센트는 올리버에게 기존의 어른들과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세상을 살아가는 법을 가르쳐준다. 그는 올리버를 경마장이나 술집 같은 어른들의 세계로 데려가고 싸움에서 자신을 방어하는 법을 알려주며 때로는 거칠고 직설적인 충고도 서슴지 않는다. 이러한 빈센트의 '비전형적인' 교육 방식은 처음에는 다소 위험해 보일 수 있지만 결과적으로 올리버가 자신감을 얻고 세상에 맞설 용기를 키우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올리버 역시 빈센트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그는 빈센트의 냉소적인 태도 뒤에 숨겨진 따뜻함과 외로움을 간파하고 그에게 진심으로 다가가 마음을 연다. 그는 빈센트의 이야기를 경청하고 그의 아픈 과거에 공감하며 그를 '우리 시대의 성자'로 선정하여 발표하는 등 빈센트의 삶에 새로운 의미와 가치를 부여한다. 서로 다른 세대와 배경을 가진 두 사람이지만 그들은 각자의 결핍과 상처를 공유하고 서로에게 필요한 존재가 되어주면서 세대를 초월한 특별한 우정을 쌓아간다. 이들의 관계는 혈연이나 사회적 규범을 넘어선 인간적인 연결과 이해가 얼마나 소중하고 강력한 힘을 가질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감동적인 사례이다. 올리버는 빈센트에게서 삶의 지혜와 용기를 배우고 빈센트는 올리버를 통해 잊고 있었던 따뜻한 감정과 삶의 활력을 되찾는다.

좌충우돌 베이비시팅: 경마장, 술집, 그리고 삶의 진짜 교훈들

빈센트가 올리버를 돌보는 방식은 일반적인 베이비시터와는 거리가 멀다. 그는 올리버를 데리고 경마장에 가서 돈을 걸게 하거나 술집에 데려가 스트리퍼 다카를 소개해주고 심지어 학교에서 괴롭히는 아이에게 맞서 싸우라고 부추기기도 한다. 이러한 행동들은 겉보기에는 무책임하고 비교육적으로 보일 수 있으며 실제로 올리버의 엄마 매기는 이러한 사실을 알고 경악한다. 하지만 빈센트의 이러한 '좌충우돌 베이비시팅' 속에는 그만의 방식으로 올리버에게 삶의 진짜 교훈들을 가르쳐주려는 의도가 숨겨져 있다. 그는 올리버에게 세상이 항상 공정하거나 아름답지만은 않다는 현실을 보여주고 어려움에 직면했을 때 스스로를 지키고 극복하는 법을 가르쳐주려 한다.

예를 들어, 경마장에서의 경험은 올리버에게 인생에는 예측 불가능한 행운과 불운이 존재하며 때로는 과감한 베팅이 필요하다는 것을 가르쳐준다. 술집에서의 만남은 다양한 삶의 방식과 인간 군상을 접하게 하며 편견 없는 시각을 갖도록 돕는다. 싸움 기술을 가르쳐주는 것은 단순히 폭력을 조장하는 것이 아니라 부당한 괴롭힘에 맞서 자신을 방어할 수 있는 힘과 용기를 심어주려는 것이다. 물론 빈센트의 방식이 항상 옳거나 바람직하다고는 할 수 없지만 그의 서툴고 거친 가르침 속에는 올리버를 진심으로 아끼고 그가 강인하게 성장하기를 바라는 마음이 담겨 있다. 영화는 이러한 에피소드들을 통해 진정한 교육이란 정형화된 틀 안에서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삶의 다양한 경험과 예기치 않은 만남을 통해서도 얻어질 수 있음을 유쾌하게 보여준다.

'우리 시대의 성자' 프로젝트: 평범함 속에 깃든 비범함, 숨겨진 선의의 발견

올리버가 다니는 가톨릭 학교의 과제인 '우리 시대의 성자(Saints Among Us)' 프로젝트는 영화의 주제를 관통하는 중요한 모티프이다. 학생들은 자신의 주변에서 성인(Saint)의 덕목을 가진 사람을 찾아 발표해야 하는데 올리버는 모두의 예상을 깨고 빈센트를 자신의 성자로 선택한다. 처음에는 빈센트의 어떤 점이 성스러운지 의아해하던 주변 사람들은 올리버가 조사하고 발표하는 빈센트의 숨겨진 과거와 선행들을 통해 그의 진면목을 발견하게 된다. 베트남전에서 동료를 구하기 위해 두 번이나 위험을 무릅쓴 용기, 수십 년 동안 알츠하이머를 앓는 아내를 변함없이 사랑하고 돌보는 헌신, 그리고 겉으로는 드러나지 않지만 주변 사람들에게 베풀었던 작은 친절과 희생들이 밝혀지면서 빈센트는 더 이상 괴팍한 늙은이가 아니라 평범함 속에 비범함을 감춘 '우리 시대의 성자'로 재조명된다.

이 프로젝트는 '성스러움'이라는 것이 종교적인 인물이나 위대한 업적을 남긴 사람에게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우리 주변의 평범한 사람들 속에서도 발견될 수 있는 보편적인 가치임을 이야기한다. 빈센트처럼 결점이 많고 완벽하지 않은 사람일지라도 그의 삶 속에는 분명 타인을 위한 희생과 사랑, 그리고 용기가 존재했으며 그것이야말로 진정한 성스러움의 본질이라는 것이다. 올리버의 발표는 빈센트 자신에게도 큰 감동과 변화를 가져다준다. 그는 자신의 삶이 누군가에게 의미 있는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과거의 상처와 냉소에서 벗어나 새로운 삶을 시작할 용기를 얻는다. 이는 타인의 인정과 이해가 개인의 자존감을 회복하고 긍정적인 변화를 이끌어내는 데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 보여준다.

결론: 유쾌한 감동, 인간적인 연대의 가치와 구원의 가능성, 그리고 빌 머레이의 마법

'세인트 빈센트'는 괴팍한 노인과 상처받은 소년이라는 다소 전형적인 설정에서 시작하지만 빌 머레이라는 대체 불가능한 배우의 매력과 따뜻하고 유머러스한 각본, 그리고 섬세한 연출을 통해 관객에게 유쾌한 웃음과 함께 깊은 감동을 선사하는 매력적인 영화이다. 영화는 인간의 결점과 약점을 따뜻하게 포용하면서도 그 안에 숨겨진 선의와 희생의 가치를 발견하고 찬사를 보낸다. 빈센트와 올리버의 예기치 않은 우정은 세대와 배경을 넘어선 인간적인 연결이 어떻게 서로에게 구원이 되고 삶을 변화시킬 수 있는지를 감동적으로 보여준다. 특히 빌 머레이는 빈센트라는 캐릭터에 자신만의 독보적인 색깔을 입혀 냉소와 유머, 슬픔과 따뜻함을 동시에 가진 복합적인 인물을 창조해냈으며 그의 존재 자체가 영화의 가장 큰 매력이다. '세인트 빈센트'는 우리에게 진정한 성스러움이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 주변의 평범한 사람들 속에 그리고 그들이 나누는 작은 친절과 연대 속에 존재함을 일깨워주며 각박한 현실 속에서도 인간적인 가치를 잃지 않고 살아갈 용기를 주는 마음 따뜻해지는 선물과 같은 영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