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전체 글167

《언터처블: 1%의 우정》-편견과 편견 사이, 우정이라는 따뜻한 기적 영화 《언터처블: 1%의 우정(Intouchables, 2011)》은 ‘우정’이라는 흔한 소재를 다루면서도 전혀 예상치 못한 방식으로 관객의 마음을 뒤흔든다. 부유하지만 전신마비 상태로 세상과 단절된 채 살아가는 귀족 필립(프랑수아 클루제 분)과 빈곤하고 자유분방하며 사고뭉치인 청년 드리스(오마르 시 분)의 관계는 그야말로 상식의 범주를 뛰어넘는 독특한 케미스트리를 보여준다. 이 영화가 흔히 예상 가능한 감동 드라마의 틀을 과감히 뛰어넘을 수 있었던 것은 두 사람의 우정이 단순한 ‘극복’이나 ‘성장’의 메시지가 아닌 차이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즐기는 유쾌한 방식으로 그려졌기 때문이다.1. 편견을 유쾌하게 부수는 우정의 힘영화는 첫 장면부터 도발적이다. 흑인 청년 드리스(오마 사이)가 휠체어에 앉은 부자.. 2025. 3. 8.
젠틀맨: 품격 있는 악당들의 우아한 난장판 젠틀맨(The Gentlemen, 2019)은 말 그대로 스타일로 무장한 악당들의 우아한 난장판이다. 우리는 악당 하면 흔히 무자비하고 폭력적이며 다소 촌스러운 이미지를 떠올린다. 하지만 가이 리치 감독은 그런 편견을 가뿐히 뒤집는다. 그는 범죄와 액션, 그리고 블랙 유머가 교묘하게 버무려진 이 영화 속에서 누구보다 품위 있게, 누구보다 깔끔한 방식으로 서로를 배신하고 속고 속이는 악당들을 등장시킨다. 그렇게 이 영화는 ‘젠틀맨’이라는 이름과는 아이러니하게도 가장 ‘매력적인 악당’의 이야기를 펼쳐놓는다.1. 복잡한 플롯 위에서 춤추는 인물들이 영화는 미국 출신으로 영국에서 대마초 사업을 운영하는 미키 피어슨(매튜 맥커너히)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흘러간다. 은퇴를 결정한 미키가 자신의 사업을 매각하려 하자 .. 2025. 3. 8.
패딩턴(Paddington,2014) 모자와 코트 사이에서 발견한 희망푸른 코트와 붉은 모자를 쓴 작은 곰 한 마리가 런던 패딩턴 역에 도착했을 때 아마 그 누구도 이 작은 생명체가 현대 영화사에서 가장 강력한 인간성의 상징 중 하나가 될 것이라고 예상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마이클 본드의 고전 아동 문학 시리즈를 원작으로 한 '패딩턴'은 단순한 가족 영화를 넘어 우리 시대가 절실히 필요로 하는 따뜻함과 선함에 대한 강력한 메시지를 담고 있습니다.낯선 세계에서 발견한 가족페루 깊은 숲에서 온 한 마리의 곰이 낯선 런던에서 가족을 찾는 여정은 우리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보편적인 인간 경험을 반영합니다. 브라운 가족과의 만남은 작은 존재 하나가 우리의 삶에 큰 변화를 가져올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처음에는 경계심 많았던 브라운 씨가 패딩턴을 통.. 2025. 3. 7.
오징어 게임(Squid Game, 2021) 우리는 모두 오징어가 되어 목숨 걸고 뛰고 있다프롤로그: 괴물이 된 동심어릴 적 우리가 뛰놀던 그 놀이터가 어른이 되어 목숨을 거는 경기장으로 변했다. 분홍빛 복면 아래 가려진 얼굴들, 초록색 트레이닝복을 입은 456명의 번호표, 그리고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게임에서 움직이다 발각된 이들을 처단하는 거대한 소녀 인형의 냉혹한 시선. 황동혁 감독의 '오징어 게임'은 이처럼 순진무구한 아이들의 놀이를 죽음의 무대로 탈바꿈시키며 전 세계를 충격에 빠뜨렸다. 그러나 이 작품의 진정한 충격은 단순한 살육의 장면이 아닌 그것이 우리의 현실을 얼마나 적나라하게 반영하고 있는가에 있다.어린이 놀이터에 숨겨진 철학적 심연오징어 게임의 진정한 공포는 죽음 그 자체가 아니라 그 죽음에 이르는 선택의 과정에 있다. 이 작품.. 2025. 3. 7.
비밀은 없다(2016) - 침묵의 무게, 진실의 대가 여성 서사의 힘 - 연홍, 미스터리의 중심에 서다영화 (이경미 감독 2016년)은 겉으로는 딸의 실종을 다룬 미스터리 스릴러 형식을 취하고 있지만 그 깊은 곳에는 여성 서사의 힘 가부장제 사회에 대한 비판 진실과 거짓의 격렬한 충돌 그리고 정치와 가족 관계에 대한 날카로운 시선이 담겨 있다. 이 영화의 가장 특징적인 면모는 여성 주인공 연홍(손예진 분)이 이야기의 중심축을 담당한다는 점이다. 연홍은 단순히 실종된 딸의 어머니라는 수동적인 역할에 머무르지 않고 딸의 행방을 쫓아 직접 진실을 파헤치는 능동적인 인물로 등장한다. 이는 남성 중심적인 기존 스릴러 영화에서 주로 남성 탐정이나 경찰이 수행했던 역할을 여성이 대신하는 것으로 한국 영화계에서 주변부로 여겨졌던 여성의 목소리를 전면에 부각시킨다.영화는.. 2025. 3. 7.
영화 '가버나움'과 나딘 라바키가 펼치는 현실의 시 카메라가 포착한 살아있는 상처들레바논 출신 여성 감독 나딘 라바키의 '가버나움(Capernaum)'은 단순한 영화 이상의 존재감으로 관객을 압도한다. '혼돈'이라는 뜻을 지닌 제목처럼 이 작품은 베이루트 빈민가의 혼란스러운 현실을 여과 없이 담아내며 시작한다. 그러나 이 혼돈 속에서 라바키 감독은 놀라운 시적 질서를 창조해낸다. 카메라는 12살 소년 자인(자인 알 라피아)의 시선을 따라가며 그가 '자신을 세상에 태어나게 한' 부모를 고소하는 이야기를 비선형적 구조로 풀어낸다.특히 라바키 감독의 다큐멘터리적 연출은 영화의 현실감을 극대화한다. 비전문 배우들과 실제 난민들을 출연시키고 핸드헬드 카메라로 촬영된 흔들리는 화면은 마치 우리가 자인의 일상에 직접 개입하고 있다는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이는 단순한 .. 2025. 3.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