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81 침묵의 바다를 노래하다: 영화 'CODA'의 다층적 울림 시안 헤더의 연출작 'CODA(코다)'는 단순한 성장 영화를 넘어 우리의 감각과 감성을 재조정하는 특별한 경험을 선사한다. 'Child of Deaf Adults'의 약자인 제목처럼 청각장애를 가진 부모 사이에서 태어난 유일한 청인 자녀 루비의 이야기를 담아내고 있다. 하지만 이 영화는 단순히 장애에 관한 이야기가 아니라 소리와 침묵 사이에서 자신만의 목소리를 찾아가는 한 소녀의 여정을 통해 우리 모두의 삶에 대한 보편적 고찰을 이끌어낸다.조용한 바다와 노래하는 영혼의 대비영화의 시작부터 관객은 특별한 감각적 경험을 마주한다. 어부인 아버지의 배에서 루비가 노래를 부르는 장면은 관객에게 소리의 존재와 부재를 동시에 경험하게 한다. 그녀의 노래는 들리지만 그 노래를 들을 수 없는 가족의 현실도 함께 보여준.. 2025. 3. 10. 『바후발리: 시작』 - 신화를 넘어선 서사시의 탄생 인도 영화라는 인식의 경계를 무너뜨리고 세계 영화 시장에 새로운 기준점을 제시한 바후발리: 시작(Baahubali: The Beginning). S.S. 라자마울리 감독의 이 작품은 단순한 오락물을 넘어 신화적 상상력과 현대적 영화 기술의 완벽한 조화를 이룬 걸작이다. 이 영화는 단순히 '인도판 반지의 제왕'이라는 표면적 비교를 뛰어넘는 인도 고유의 문화적 DNA가 녹아든 새로운 판타지 장르의 탄생이라고 생각된다.물과 산의 서사, 자연의 영웅영화는 아기를 구하려는 한 여인의 필사적인 몸부림으로 시작한다. 폭포수와 맞서는 이 장면은 단순한 오프닝을 넘어 영화 전체를 관통하는 '물'이라는 모티프(motif)의 시작점이다. 바후발리가 거대한 시바 신상을 운반하는 장면에서 보여주는 물의 힘, 그리고 마지막 전투.. 2025. 3. 10. 배드 지니어스 (Bad Genius, 2017) - 커닝, 그 이상의 두뇌 시험 부정이라는 '완벽한 범죄'를 향한 지적 스릴러정직하게 공부하는 것보다 부정행위를 통해 성공하는 길이 더 현명한 선택일까? 배드 지니어스(Bad Genius)는 이런 도발적인 질문으로 시작하여 태국의 교육 시스템과 계급 불평등, 그리고 성공을 위해 모든 것을 걸어야 하는 젊은이들의 딜레마를 탐색한다. 나타우트 폰피리야 감독의 이 작품은 단순한 학원물이나 범죄 영화의 경계를 넘어 현대 사회의 모순을 날카롭게 파헤치는 지적 스릴러로 재탄생했다.수학적 정밀함으로 그려낸 부정행위의 교향곡영화는 우등생 '린'(추티몬 추엥차로엔수키잉)이 친구 '그레이스'를 돕기 위해 처음으로 부정행위를 돕는 순간부터 국제적인 시험 사기의 마스터마인드가 되기까지의 과정을 마치 수학 공식처럼 정교하게 풀어낸다. 린이 설계하는 부정.. 2025. 3. 9. 택시(2015): 이란의 네 바퀴 위 영화혁명 금지된 카메라가 도로 위에서 포착한 자유의 순간들 "금지된 예술가의 가장 위대한 작품은 그 금지 자체를 예술로 승화시키는 것이다"프레임 안의 프레임: 택시 창문으로 바라본 이란 사회자파르 파나히의 택시는 영화가 아니라 반란이다. 영화의 존재 자체가 반항적 행위인 작품. 금지된 감독이 운전석에 앉아 택시 기사로 변장하고 대시보드에 설치된 카메라로 테헤란의 거리를 누비는 여정은 시작부터 혁명적이다. 택시의 창문은 단순한 유리가 아니라 현대 이란 사회를 들여다보는 렌즈가 된다.도시를 가로지르는 택시 안에서, 우리는 특별한 영화적 장치를 목격한다. 파나히가 만든 이 '움직이는 스튜디오'는 기존 영화 제작의 모든 규칙을 무시한다. 시나리오 없이, 조명 없이, 심지어 정식 촬영 허가 없이, 오직 순수한 창의성과 저.. 2025. 3. 9. 《언터처블: 1%의 우정》-편견과 편견 사이, 우정이라는 따뜻한 기적 영화 《언터처블: 1%의 우정(Intouchables, 2011)》은 ‘우정’이라는 흔한 소재를 다루면서도 전혀 예상치 못한 방식으로 관객의 마음을 뒤흔든다. 부유하지만 전신마비 상태로 세상과 단절된 채 살아가는 귀족 필립(프랑수아 클루제 분)과 빈곤하고 자유분방하며 사고뭉치인 청년 드리스(오마르 시 분)의 관계는 그야말로 상식의 범주를 뛰어넘는 독특한 케미스트리를 보여준다. 이 영화가 흔히 예상 가능한 감동 드라마의 틀을 과감히 뛰어넘을 수 있었던 것은 두 사람의 우정이 단순한 ‘극복’이나 ‘성장’의 메시지가 아닌 차이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즐기는 유쾌한 방식으로 그려졌기 때문이다.1. 편견을 유쾌하게 부수는 우정의 힘영화는 첫 장면부터 도발적이다. 흑인 청년 드리스(오마 사이)가 휠체어에 앉은 부자.. 2025. 3. 8. 젠틀맨: 품격 있는 악당들의 우아한 난장판 젠틀맨(The Gentlemen, 2019)은 말 그대로 스타일로 무장한 악당들의 우아한 난장판이다. 우리는 악당 하면 흔히 무자비하고 폭력적이며 다소 촌스러운 이미지를 떠올린다. 하지만 가이 리치 감독은 그런 편견을 가뿐히 뒤집는다. 그는 범죄와 액션, 그리고 블랙 유머가 교묘하게 버무려진 이 영화 속에서 누구보다 품위 있게, 누구보다 깔끔한 방식으로 서로를 배신하고 속고 속이는 악당들을 등장시킨다. 그렇게 이 영화는 ‘젠틀맨’이라는 이름과는 아이러니하게도 가장 ‘매력적인 악당’의 이야기를 펼쳐놓는다.1. 복잡한 플롯 위에서 춤추는 인물들이 영화는 미국 출신으로 영국에서 대마초 사업을 운영하는 미키 피어슨(매튜 맥커너히)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흘러간다. 은퇴를 결정한 미키가 자신의 사업을 매각하려 하자 .. 2025. 3. 8. 이전 1 ··· 7 8 9 10 11 12 13 14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