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197 '더 스퀘어': 위선적인 광장, 현대 예술과 인간 본성의 민낯 서론: 예술이라는 이름의 광장, 그 안의 불편한 진실들루벤 외스틀룬드 (Ruben Östlund) 감독의 '더 스퀘어 (The Square, 2017)'는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에 빛나는 작품으로 현대 미술관의 수석 큐레이터 크리스티안 (클라에스 방, Claes Bang 분)을 중심으로 현대 사회와 예술계의 위선, 도덕적 딜레마, 그리고 인간 본성의 이기적인 단면들을 날카롭고도 불편한 블랙 코미디 형식으로 파헤친다. 영화는 '더 스퀘어'라는 새로운 전시 – "광장은 신뢰와 배려의 성역이다. 그 안에서는 우리 모두 동등한 권리와 의무를 가진다" – 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크리스티안이 겪게 되는 일련의 황당하고도 곤혹스러운 사건들을 통해 그가 옹호하는 이상적인 가치와 실제 그의 행동, 그리고 그가 속한 세계의 .. 2025. 5. 11. '더 데스 오브 스탈린': 권력의 공백, 광기의 향연, 웃음 뒤의 냉소 서론: 독재자의 죽음, 그 후 벌어지는 코미디 같은 비극아만도 이아누치 (Armando Iannucci) 감독의 '더 데스 오브 스탈린 (The Death of Stalin, 2017)'은 1953년 소비에트 연방의 절대 권력자 이오시프 스탈린의 갑작스러운 죽음 이후, 그의 후계 자리를 놓고 벌어지는 공산당 최고 간부들의 우스꽝스럽고도 살벌한 권력 암투를 그린 신랄한 정치 풍자 블랙 코미디이다. 이 영화는 실제 역사적 사건과 인물들을 바탕으로 하지만, 그들의 행동과 대사를 극도로 과장하고 희화화함으로써 전체주의 체제의 부조리함과 권력의 속성, 그리고 공포 정치 아래에서 인간성이 어떻게 마비되고 왜곡되는지를 날카롭게 꼬집는다. 스탈린의 죽음이라는 비극적인 사건을 슬랩스틱 코미디와 통렬한 풍자가 뒤섞인 소동.. 2025. 5. 10. '화양연화': 찰나의 스침, 영원한 그리움의 미장센 서론: 1960년대 홍콩, 안개처럼 피어오르는 비밀스러운 로맨스왕가위 (Wong Kar-wai / 王家衛) 감독의 '화양연화 (花樣年華 / In the Mood for Love, 2000)'는 단순한 사랑 이야기를 넘어 1960년대 홍콩이라는 특정한 시대와 공간 속에서 피어난 억눌린 감정, 엇갈리는 인연, 그리고 영원히 붙잡을 수 없는 시간의 흐름을 감각적이고도 시적인 영상 언어로 그려낸 현대 영화의 걸작이다. 같은 날 같은 아파트로 이사 온 두 남녀, 신문사 편집기자인 차우 모완 (양조위, Tony Leung Chiu-wai / 梁朝偉 분)과 무역 회사 비서인 수리첸 (장만옥, Maggie Cheung Man-yuk / 張曼玉 분)은 각자의 배우자가 서로 불륜 관계임을 알게 되면서 예기치 않은 관계를 .. 2025. 5. 10. '런어웨이': 배심원단이라는 전쟁터, 거대 권력과 개인의 싸움 서론: 총기 소송, 배심원단을 둘러싼 보이지 않는 전쟁게리 플레더 (Gary Fleder) 감독의 '런어웨이 (Runaway Jury, 2003)'는 존 그리샴 (John Grisham)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미국 사회의 뜨거운 감자인 총기 규제 문제를 둘러싼 거대 총기 회사를 상대로 한 민사 소송과 그 재판의 결과를 좌우할 배심원단을 조종하려는 치열한 암투를 그린 긴장감 넘치는 법정 스릴러이다. 뉴올리언스에서 총기 난사 사건으로 남편을 잃은 여성이 총기 제조 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고 이 재판에 막대한 이해관계가 걸린 양측은 승리를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특히 총기 회사 측은 승률 100%를 자랑하는 악명 높은 배심원 컨설턴트 랜킨 피치 (진 해크먼, Gene Hackman 분)를 고.. 2025. 5. 9. '...앤 저스티스 포 올': 법정이라는 부조리극, 이상주의자의 절규 서론: 정의는 어디에 있는가? 시스템의 위선에 맞선 외로운 외침노만 주이슨 (Norman Jewison) 감독의 '...앤 저스티스 포 올 (...And Justice for All, 1979)'은 정의를 수호해야 할 법정 자체가 부조리와 위선으로 가득 찬 거대한 연극 무대임을 통렬하게 고발하는 법정 드라마이자 사회 풍자극이다. 영화는 볼티모어의 이상주의적인 젊은 변호사 아서 커클랜드 (알 파치노, Al Pacino 분)가 부패하고 관료적인 사법 시스템 속에서 고군분투하며 겪는 좌절과 분노, 그리고 마침내 폭발하는 과정을 따라간다. 그는 억울하게 기소된 의뢰인들을 변호하려 하지만 법 기술적인 문제나 판사와의 개인적인 악연, 동료 변호사들의 냉소주의와 방해 속에서 번번이 벽에 부딪힌다. 설상가상으로 그는 .. 2025. 5. 9. '바르다가 사랑한 얼굴들': 예술과 우정, 삶의 순간들을 담는 여정 서론: 두 예술가의 유쾌한 로드 트립, 평범한 얼굴들 속에 숨겨진 이야기프랑스 누벨바그의 살아있는 전설 아녜스 바르다 (Agnès Varda)와 젊은 거리 예술가 JR이 함께 연출하고 출연한 다큐멘터리 '바르다가 사랑한 얼굴들 (Visages Villages / Faces Places, 2017)'은 단순한 예술 프로젝트 기록을 넘어 세대를 초월한 우정과 예술을 통한 소통, 그리고 평범한 사람들의 삶 속에 숨겨진 아름다움과 가치를 따뜻하고 유쾌하게 담아낸 보석 같은 작품이다. 영화는 두 사람이 JR의 커다란 사진 트럭을 타고 프랑스 시골 마을들을 여행하며 그곳에서 만나는 광부, 농부, 염소 목장 주인, 공장 노동자, 부두 노동자의 아내 등 이름 없는 사람들의 얼굴 사진을 찍어 그들의 삶의 터전인 건물 벽.. 2025. 5. 8. 이전 1 ··· 6 7 8 9 10 11 12 ··· 33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