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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과 감정의 경계에서 피어난 사랑, "그녀 (Her)" 인공지능과의 로맨스, 새로운 사랑의 가능성인가Spike Jonze(스파이크 존즈) 감독의 2013년 작품 는 가까운 미래를 배경으로 인간과 인공지능 운영체제 사이의 예측 불가능한 로맨스를 섬세하고 독창적으로 그려낸다. Joaquin Phoenix(호아킨 피닉스)가 연기하는 외로운 작가 Theodore Twombly(시오도어 트웜블리)는 인간과의 관계에서 깊은 상처를 안고 살아가던 중, 스스로 진화하고 감정을 교류할 수 있는 인공지능 운영체제 Samantha(사만다)(목소리 연기: Scarlett Johansson(스칼렛 요한슨))를 만나면서 예상치 못한 사랑에 빠진다. 영화는 기술의 급격한 발전 속에서 인간의 감정과 관계의 본질은 어떻게 변화할 것인가라는 심오한 질문을 던지며 새로운 형태의 사랑의 가능성.. 2025. 4. 23.
정체성의 해체와 재구성, 홀리 모터스 (Holy Motors) 아홉 개의 가면, 불안한 자아Leos Carax 감독의 2012년 영화 는 Denis Lavant가 연기하는 Monsieur Oscar라는 인물을 통해 현대 사회의 불안정한 정체성과 역할 수행의 본질을 탐구하는 독특하고 난해한 작품이다. 새벽부터 밤까지, Oscar는 택시 리무진이라는 이동 수단을 통해 파리의 여러 장소를 유랑하며 아홉 번에 걸쳐 완전히 다른 인물로 변모한다. 거지, 살인청부업자, 광기 어린 예술가, 자녀를 둔 아버지, 심지어 털북숭이 괴물에 이르기까지, 그는 마치 사회가 부여한 다양한 역할극을 수행하는 배우처럼 끊임없이 자신의 외형과 행동, 심지어 존재 방식까지 바꾼다. 이러한 충격적인 설정은 관객에게 'Oscar는 과연 누구인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며 우리 자신의 정체성 또한 .. 2025. 4. 22.
침묵 속의 웅변, "Koyaanisqatsi(코야아니스카시)" 언어의 소멸, 이미지의 탄생Godfrey Reggio 감독의 1982년 걸작 는 영화라는 매체의 근본적인 속성에 대한 도전을 감행하는 기념비적인 작품이다. 통상적인 영화가 서사를 구축하고 의미를 전달하는 주요 도구로 언어를 사용하는 반면 이 영화는 내러티브의 뼈대와 등장인물의 대사를 완전히 제거함으로써 침묵의 미학을 극대화한다. 스크린을 점유하는 것은 오로지 강렬하고 때로는 초현실적인 영상 이미지의 향연과 Philip Glass의 넋을 빼앗는 음악의 울림뿐이다. 이러한 파격적인 형식은 역설적으로 관객에게 더욱 심오하고 다층적인 사유의 공간을 제공하며 언어적 해석의 틀을 넘어선 보편적인 감정과 메시지에 대한 직접적인 교감을 가능하게 한다. 이미지 그 자체가 하나의 강력한 언어가 되어 관객 개개인의 고유한 .. 2025. 4. 22.
"월-E": 기계 심장의 존재론, 혹은 비인간(Non-human)의 휴머니즘 쓰레기 더미 위의 마지막 로맨티스트픽사 애니메이션 스튜디오와 앤드류 스탠튼(Andrew Stanton) 감독이 2008년에 선보인 는 표면적으로 환경 오염으로 폐허가 된 지구와 우주로 떠난 인류, 그리고 홀로 남은 청소 로봇의 이야기를 다룬다. 많은 평자들이 이 작품을 환경 문제에 대한 경고나 소비주의 문명 비판, 혹은 로봇 간의 애틋한 로맨스로 해석한다. 물론 타당한 분석이다. 그러나 나는 이 영화를 조금 다른 각도, 즉 비인간(Non-human) 존재의 주체성과 내면에 관한 철학적 탐구로 읽고자 한다. 는 인간이 아닌 존재, 즉 기계(로봇)가 어떻게 자신만의 방식으로 세계를 경험하고 관계를 맺으며 심지어 인간보다 더 인간적인 가치를 추구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존재론적 우화다.영화의 초반부는 거의 대.. 2025. 4. 21.
"멀홀랜드 드라이브": 꿈 공장의 악몽, 스크린이라는 욕망의 거울 할리우드 키드의 달콤한 꿈, 그리고 잔혹한 파편데이비드 린치(David Lynch)의 2001년 작은 단순한 미스터리 스릴러가 아니다. 그것은 할리우드라는 거대한 '꿈 공장(Dream Factory)'이 어떻게 개인의 욕망을 먹고 자라며 그 달콤한 환상이 어떻게 처참한 악몽으로 변모하는지를 집요하게 탐구하는 메타-시네마적 성찰이다. 영화는 표면적으로 기억을 잃은 매혹적인 여성 리타(Laura Harring)와 배우의 꿈을 안고 할리우드에 도착한 순수한 금발 여성 베티 엘름스(Naomi Watts)가 만나 리타의 정체를 찾아가는 과정을 따라가는 듯 보인다. 하지만 린치는 관객을 친절하게 안내하는 대신 끊임없이 불길한 징후와 초현실적인 이미지, 그리고 논리적으로 설명되지 않는 사건들을 던져 넣으며 우리를 꿈.. 2025. 4. 21.
"사랑의 블랙홀": 시간의 감옥, 혹은 자기 구원의 연금술 펑수토니의 저주, 냉소주의자의 시간 감옥해럴드 레이미스(Harold Ramis) 감독의 1993년 작은 유쾌한 로맨틱 코미디의 외피를 쓰고 있지만 그 안에는 시간, 반복, 그리고 인간의 변화와 구원 가능성에 대한 깊은 철학적 성찰이 담겨 있다. 자기중심적이고 냉소적인 TV 기상캐스터 필 코너스 (Phil Connors)(Bill Murray 분)는 매년 지긋지긋하게 반복되는 성촉절(Groundhog Day) 취재를 위해 펜실베이니아의 작은 마을 펑수토니(Punxsutawney)로 향한다. 그는 취재를 마지못해 끝내고 돌아가려 하지만 폭설로 인해 마을에 고립되고 다음 날 아침, 시계 라디오에서 똑같은 노래("I Got You Babe")가 흘러나오며 어제와 똑같은 날, 2월 2일이 다시 시작되었음을 깨닫는.. 2025. 4. 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