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95 안다둔(Andhadhun, 2018) 인도 영화 '안다둔(Andhadhun)'은 볼리우드 영화 산업에 신선한 충격을 안겨준 작품이다. 감독 스리람 라그반(Sriram Raghavan)의 이 작품은 기존 인도 영화가 가지고 있던 모든 전형성을 타파하고 전 세계 관객들에게 인도 영화의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했다. 흔히 볼리우드 영화라고 하면 3시간에 가까운 상영 시간, 갑작스럽게 등장하는 화려한 댄스 장면, 멜로드라마적 요소의 과잉, 그리고 예측 가능한 해피엔딩 등을 떠올리기 쉽다. 그러나 '안다둔'은 이런 전형적인 인도 영화의 공식과 차별화하여 블랙 코미디와 스릴러, 그리고 범죄 영화의 요소를 절묘하게 조합해낸 수작이다.시각적 맹점을 이용한 이야기의 전개'안다둔'은 '맹목적(Blind Tune)'이라는 제목처럼 시각적 맹점에 관한 이야기다. 주.. 2025. 3. 6. 스페니시 어페어 (Ocho Apellidos Vascos, 2014) - 웃음의 지중해 줄거리: 태양과 바람이 빚어낸 사랑 찾아 삼만리 코미디 오디세이영화가 시작되자마자 안달루시아의 뜨거운 햇살이 스크린을 뚫고 쏟아지는 듯했다. 세비야의 남자 라파(다니 로비라), 그는 마치 태양의 기운을 받아 태어난 사람처럼 밝고 능글맞고 거침없다. 그의 삶은 플라멩코 기타 소리처럼 자유분방하고 농담은 안달루시아의 햇살처럼 따뜻하다. 반면, 아마이아(클라라 라고)는 빗방울 흩날리는 바스크 해안처럼 차갑고 도도하다. 그녀의 눈빛은 짙은 안개처럼 신비롭고 말 한마디는 칼날처럼 날카롭다. 세비야의 독신 파티에서 운명처럼 두 사람은 만나지만 아마이아는 라파의 유혹에 꿈쩍도 하지 않는다. 지갑 하나 잃어버린 것을 빌미로 라파는 마치 돈키호테처럼 황당무계한 여정을 떠난다. 그의 목적지는 스페인의 북쪽 끝 안개 자욱한.. 2025. 3. 6. 킹스 스피치 (2010) - 말을 잃은 시대, 언어를 찾은 왕 침묵의 무게, 드라마의 서막영화 '킹스 스피치'를 스크린으로 마주하는 순간, 숨 막힐 듯한 긴장감이 온몸을 휘감았다. 흑백톤의 화면은 시대의 무게를 고스란히 담아낸 듯했고, 콜린 퍼스의 섬세한 떨림은 곧 시작될 드라마의 서막을 알리는 듯했다. 나는 단순한 역사적 사실을 넘어, 한 인간의 내면 깊숙한 곳에서 울려 퍼지는 고통과 희망의 목소리를 듣고 싶었다. 그리고 영화가 끝난 후, 내 마음속에는 웅변보다 더 강력한, 침묵 속에서 빚어진 인간 승리의 감동만이 묵직하게 남았다.왕실 이야기, 운명과 고뇌, 짊어진 무게'킹스 스피치'는 단순한 왕실 이야기가 아니다. 말더듬이라는 핸디캡을 가진 버티(훗날의 조지 6세)가 언어 치료사 라이오넬 로구를 만나 진정한 소통의 의미를 깨닫고, 나아가 시대의 어둠을 밝히는 웅.. 2025. 3. 6. '퍼펙트 스트레인져' (Perfetti Sconosciuti, 2016) 손 안의 블랙 미러, 혹은 욕망의 돋보기 – 우리가 외면하고 싶었던 관계의 진실어둠이 짙게 드리운 밤, 텅 빈 캔버스 같은 식탁 위에 일곱 개의 빛나는 핸드폰이 놓인다. 영화 '퍼펙트 스트레인져'는 바로 이 섬뜩한 아름다움에서 시작한다. 스마트폰, 현대인의 분신이자 디지털 감옥. 우리는 그 작은 기계 속에 삶의 희로애락을 압축하고, 때로는 진실을 은폐하며, 때로는 거짓으로 포장한다. 영화는 마치 날카로운 메스로 현대인의 소통 방식과 관계의 이면을 해부하는 듯하다. 저녁 식사라는 일상적인 배경은 순식간에 아슬아슬한 심리 게임의 무대로 돌변하고, ‘핸드폰 잠금 해제 게임’이라는 발칙한 제안은 봉인되었던 욕망과 비밀을 터져 나오게 하는 기폭제가 된다. 그날 밤, 핸드폰은 단순한 도구를 넘어, 관계의 균열을 적.. 2025. 3. 6. 영화 〈부산행, 2016〉이 펼쳐낸 생존의 역설 1. 들어가며연상호 감독의 《부산행》은 어느새 한국영화를 논할 때 빼놓을 수 없는 대표작이 되었습니다. 더 흥미로운 건, 국내 관객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큰 관심과 찬사를 받았다는 점이죠. 수많은 유튜버들이 이 영화를 리뷰하고, 해외 관객들의 ‘리액션 비디오’가 이어지는 걸 보면, 이 작품이 이미 ‘글로벌 문화현상’ 가운데 자리 잡았음을 실감하게 됩니다. 그렇다면 왜 부산행은 좀비 장르라는 특정 틀을 넘어서, 이렇게까지 폭넓은 사랑을 받은 걸까요?2. 기차 안에서 펼쳐지는 ‘먹이사슬가장 눈길을 끄는 지점 중 하나는, 이 영화가 기차라는 한정된 공간을 ‘먹이사슬’에 비유했다는 것입니다. 기차칸을 하나씩 건너갈 때마다, 우리는 ‘누가 살아남고, 누가 희생될 것인가’라는 치열한 질서를 목격하게 되죠. 이때 좀비.. 2025. 3. 5. 영화 《벌새, 2018》가 건네는 따스한 위로 「그 한가운데, 우리 모두의 벌새」어느 날 문득, 내가 서 있는 시간과 공간은 정말 나만의 것이었을까? 영화 《벌새》는 1990년대 중반 서울을 배경으로, 중학교 2학년 소녀 ‘은희’가 세상과 부딪히며 성장하는 순간들을 조용하지만 깊이 있게 그려낸 작품이다. 감독 김보라는 소녀가 겪는 미묘한 감정의 결을 오랫동안 응시하며, 우리가 미처 짚어보지 못했던 ‘보편적인 외로움과 사랑의 욕구’를 되짚어준다. 문득 날아오르려는 벌새처럼 작은 날갯짓을 끊임없이 이어나가는 이 소녀의 모습은, 1994년이라는 시대를 온몸으로 살아낸 우리의 옛 모습이기도 하다.1. 줄거리: 작은 세계를 향한 작은 날갯짓은희(박지후 분)는 중학생이다. 사소한 오해와 갈등 속에서 매일 어딘가 부유하는 기분으로 지낸다. 가족들은 각자 살아가기.. 2025. 3. 5. 이전 1 ··· 11 12 13 14 15 16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