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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스터즈: 거친 녀석들(inglourious basterds, 2009) 바스터즈: 거친 녀석들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 제1장: 옛날 옛적, 나치 점령하 프랑스에서… 영화의 포문을 여는 것은 '유대인 사냥꾼'이라는 악명 높은 별명을 가진 나치 SS 대령 한스 란다(크리스토프 왈츠 분)와 프랑스 시골 농부 페리에 라파디트(드니 메노셰 분) 사이의 숨 막히는 대화 장면이다. 타란티노는 이 한정된 오두막이라는 공간 안에서 격렬한 액션이나 시각적인 자극 없이 오직 인물들의 대사와 미묘한 심리전만으로 극도의 서스펜스를 구축하는 놀라운 연출력을 유감없이 선보인다. 란다 대령은 겉으로는 부드럽고 교양 있는 신사의 태도를 유지하지만 그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는 상대방의 허점을 파고들고 진실을 캐내려는 예리한 칼날과 함께 숨 막히.. 2025. 5. 26.
그린 북(Green Book, 2018) - 편견을 넘어선 감동의 로드트립 그린 북 (Green Book) 감독: 피터 패럴리 | 주연: 비고 모텐슨, 마허샬라 알리 | 2018 출발점: 달라도 너무 다른 두 남자의 만남 영화 '그린 북'은 1960년대 초, 인종차별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운 미국을 배경으로 전혀 다른 세계에 속한 두 남자가 예기치 않은 여정을 함께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뉴욕의 잘나가는 클럽에서 일하지만 거칠고 단순하며 이탈리아계 특유의 다혈질을 지닌 토니 발레롱가(비고 모텐슨). 그는 임시로 일자리를 잃게 되자 천재적인 재능을 지닌 흑인 피아니스트 돈 셜리 박사(마허샬라 알리)의 남부 순회공연 운전기사 겸 보디가드 제안을 수.. 2025. 5. 25.
타르(TAR, 2022) - 권력과 예술의 경계에서 길을 잃다 TAR 타르Tár (2022)감독: 토드 필드 | 주연: 케이트 블란쳇 서론: 정교하게 조율된 몰락의 서곡토드 필드 감독이 16년 만에 선보인 영화 'TAR 타르'는 현대 클래식 음악계의 정점에 선 여성 지휘자 리디아 타르의 복잡다단한 내면과 그녀를 둘러싼 논란, 그리고 서서히 진행되는 몰락을 치밀하고도 냉정한 시선으로 포착한 작품이다. 케이트 블란쳇의 압도적인 연기력은 허구의 인물인 리디아 타르를 마치 실존 인물처럼 생생하게 스크린에 구현해내며 관객으로 하여금 그녀의 천재성과 그 이면에 감춰진 어두운 그림자를 동시에 목도하게 만든다. 이 영화는 단순한 인물 드라마를 넘어 예술과 권력, 천재성과 도덕성, 그리고 현대 사회의 캔슬 컬처(Cancel Culture)와 정체성 정치 등 첨예한 이슈들을 건드리며.. 2025. 5. 25.
"퍼스트 카우(First Cow, 2019) 퍼스트 카우First Cow (2019) - 켈리 라이카트 감독"The bird a nest, the spider a web, man friendship." - William Blake 켈리 라이카트 감독의 '퍼스트 카우'는 19세기 초, 아직 문명의 손길이 닿지 않은 듯한 미국 오리건 준주의 광활하고도 황량한 자연을 배경으로 두 명의 외로운 남자 쿠키 피고위츠(존 마가로 분)와 킹 루(오리온 리 분)가 예기치 않게 만나 쌓아 올린 짧고도 아름다운 우정과 그들의 소박했던 꿈, 그리고 초기 자본주의의 냉혹한 현실과 마주하며 겪게 되는 비극적인 운명을 그린 지극히 섬세하고도 관조적인 서부 드라마이다. 이 영화는 전통적인 서부극의 영웅적인 총잡이나 장대한 개척 서사 대신 이름 없는 평범한 개인들의 일상과 그들.. 2025. 5. 24.
더 파더(The Father, 2020) - 기억의 파편들, 시간의 미로에 갇힌 아버지 더 파더 The Father (2020) - 플로리앙 젤레르 감독기억은 안개처럼 흩어지고, 현실은 조각난 거울처럼 일그러진다. 플로리앙 젤레르의 '더 파더'는 단순한 질병의 기록을 넘어 한 인간의 존엄성이 시간의 파도 앞에서 어떻게 부서지고 또 어떻게 희미하게 빛나는지를 처절하게 그러나 깊은 연민으로 응시하는 영화적 미로이다. 우리는 앤서니의 눈을 통해 그의 시간을 함께 앓는다.하나. 낯선 집, 낯선 얼굴들: 여기가 정말 나의 공간인가?영화는 대부분 앤서니(앤서니 홉킨스 분)가 거주하는 런던의 아파트를 주 무대로 삼지만 이 공간은 결코 관객에게 안정감을 주지 않는다. 가구의 배치가 예고 없이 바뀌고 벽의 색감이나 창밖으로 보이는 풍경마저 미묘하게 혹은 확연히 달라진다. 더욱 혼란스러운 것은 인물들의 변.. 2025. 5. 24.
"콜 미 바이 유어 네임(Call Me by Your Name, 2017)" - 감상평 콜 미 바이 유어 네임Call Me by Your Name, 2017감독: 루카 구아다니노 (Luca Guadagnino)루카 구아다니노 감독의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은 1983년 북부 이탈리아의 어느 여름, 열일곱 살 소년 엘리오(티모시 샬라메 분)가 아버지의 보조 연구원으로 온 스물네 살의 미국인 청년 올리버(아미 해머 분)를 만나 생애 가장 강렬한 첫사랑을 경험하는 과정을 그린 눈부시게 아름답고도 가슴 시리게 아픈 성장 영화이다. 안드레 애치먼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이 작품은 단순한 로맨스를 넘어 한여름의 나른한 햇살과 싱그러운 과일 향, 고전 음악과 문학의 향기가 어우러진 감각적인 미장센 속에 인간의 가장 순수하고도 본능적인 욕망, 정체성의 탐색, 그리고 사랑과 상실을 통한 성장의 순간들.. 2025. 5. 23.